http://n.news.naver.com/article/001/0013513665?sid=104
"작년의 두배, 아기 때문에 18℃서 못 낮춰"…노후대책 저축 포기·마트, 저렴한 곳으로
"에너지 업체 막대한 이익 도덕적으로 옳지 않아…부유세 부과 검토해야"
"물가상승률 10%에 저축 못하는 상황…연금생활 이웃들 걱정 많아"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전기·가스 요금이 이미 작년에 비해 거의 두 배예요. 한 살 아기가 있어서 집 안 온도를 더 내릴 순 없는데 걱정입니다."
영국 잉글랜드 북부에 사는 사이먼 마셜(56)씨는 16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영국 에너지 요금 급등 상황에 관해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런던이 아닌 다른 지역에 사는 영국인들의 상황을 들어보기 위해 맨체스터에서 20년간 살아온 마셜씨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IT회사에서 일하는 마셜씨는 지은 지 57년 된 방 4개짜리 주택에서 부인과 세 자녀, 그리고 한 살 난 손녀까지 6명이 함께 지내고 있다.
그는 "에너지 요금은 이미 작년 보다 거의 배가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10월부터는 정부가 표준가구 기준 상한을 연 2천500파운드(약 400만원)로 동결했지만 우리는 그보다 집이 크고 식구가 많기 때문에 더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표준가구는 통상 방 3개짜리 주택에 사는 2∼3인 가구다.
영국 에너지요금 상한은 연 1천42파운드(2020년 10월∼2021년 3월)에서 연 1천138파운드(2021년 4월∼2021년 9월), 연 1천277파운드(2021년 10월∼2022년 3월), 연 1천971파운드(2022년 4월∼2022년 9월)로 가파르게 상승해 왔다.
마셜씨는 에너지요금 뿐 아니라 다른 물가도 많이 뛰었기 때문에 애로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인데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고, 주택담보대출이 있는데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며 "대신 저축을 못 하고 다른 부분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가던 슈퍼마켓보다 저렴한 곳으로 옮기고 슈퍼마켓 전용 브랜드(PB) 상품을 사는 방법으로 비용을 줄이고 있고, 가족 여행이나 외식, 친구들과 저녁 술자리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절약에도 한계가 있다.
손녀가 있기 때문에 집안 온도를 현재 설정한 18℃보다 더 낮출 수는 없다. 아기 분유를 바꾸는 일은 조심스럽고 기저귀 같은 용품도 품질을 따질 수밖에 없다.
그는 "아기를 키우는 큰딸, 입대를 앞둔 막내아들 외에 세 명이 일하고 있다"면서 "우리 부부는 노후 대비 저축을 못하고, 아이들은 미래를 위한 저축을 못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일을 할 수 없고 연금 등 정부 복지에 기대서 사는 이웃들은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워낙에 받는 돈이 넉넉지 않아서 지금도 이미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또 마셜씨의 집은 이웃들의 집에 비하면 그나마 신축이기 때문에 난방 효율도 괜찮은 편이다.
그는 "이번 겨울이 얼마나 추울지, 앞으로 에너지 위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얼마나 걱정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셜씨는 세계적으로 가스·석유 가격이 올라가고 에너지 업체들이 도매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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